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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르센 벵거 : My Life in Red and White

dyriximo 2022. 7. 21. 15:39

사회적 단면을 보여주는 창구.
벵거의 고뇌를 알고 난 뒤 내가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책은 벵거의 서사, 나아가 신념까지도 함께 담고 있다.

신념(信念)


벵거는 고집의 아이콘이며, 이는 자신의 신념과 직결된다.

그의 신념에서의 1순위는 항상 체계적인 규칙, 전술 혹은 프로젝트.

신념, 즉 실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언행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클럽의 인간적인 면들이 사라지거나 최소한 줄어들었다. 조직이 비대해졌음에도 기술적인 부분(선수, 유소년 아카데미)이 줄어들었으며 대다수가 전보다 상업적, 마케팅적이 됐다.”

이와 같이 미디어 친화적으로 변질된 후 기술적 면이 포함되어 있는 프로젝트의 요소가 줄어들자 좌절감을 지속적으로 표출했다.

스스로 만들지 않은 부분에서도 신념이 드러난다. 아스날과 연관이 단 1%라도 있다면.

2010년, 오일머니와 대규모 자본투자에 항상 반대표를 던져오던 벵거는 FFP(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원했던 축구인 중 한 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스날이 소속된 PL에 중동의 오일머니가 들어오던 상황이었기에 FFP의 도입은 벵거에게 타 클럽과의 자본적 균등. 이는 곧 공정한 경쟁과도 같았을 것이다.

나 또한 자본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 시각이 어느 정도 있다.

조직력과 기본 역량이 본질이 되어야 하며, 이는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반된 구단 운영의 두 감독 - ‘The SportsRush’

선택과 결정,


“돈과 권력. 벵거는 아스날을 위한 최선보다 그 둘을 우선시한다.”

반대되던 신념을 가졌지만 거짓 보도로 명예가 실추되었어도 감수해야만 했다.

그로 인해 2018년도 5월, 사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아르센 벵거.

아스날에서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고 구단의 보드진과 선수에게 날아오는 총알마저 본인이 모두 맞았다. 그러나 그도 인간이었으며, 심리적으로 괴로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억울하진 않다. 이 역시 그가 내린 수많은 선택과 결정 중 하나였기에.

아이러니하게 1주일 전만 해도 WENGER OUT의 팻말을 들며 외치던 대다수의 서포터즈가 사임 발표에 기립박수를 보내는 게 마치 변덕적인 현대사회를 보는 듯했으니,

이 사건은 축구계에서 일어난 거장의 사임식이자 ‘사회적 단면을 보여주는 창구’와도 같았다.

Wenger Out - ‘Goal’


아르센 벵거에 대한 평은 언제나 갈린다. 전무후무한 거장이라 말하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저 실패한 이상주의자라고 지칭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어쩌면 이 평판마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세운 기준에 대입한 값임에도 한 사람의 신념에 박한 평가를 내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오히려 관점에 따라 꽤 흥미 있는 딜레마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