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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Madrid

[칼럼] 22-23 하반기 부진의 로스 블랑코스

dyriximo 2023. 1. 23. 19:57

클럽은 승리하고 과정에 있어 언제나 순탄할 순 없다.
기복이 있기도 하며, 고뇌에 잠기지만 마침내 반등에 성공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는 게 스포츠의 묘미다.

글에선 유럽 최고의 퍼포먼스로 무쌍을 과시하던 레알이 하반기에 들어와 부진기에 빠진 주관적 요소들을 분석해 보았다.

 

1. 풀백


이젠 현대 축구의 전술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포지션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양 측면에서 활개 하던 풀백의 역할은 이전과 달리 중원과의 연계는 물론 나아가 경기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키와 다름이 없어졌다.

발데, 주앙 칸셀루, 벤 화이트. 성적 괜찮은 클럽들의 공통점은 주전 풀백의 퍼포먼스 또한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레알과는 굉장히 상반되는 이야기다.

레알의 주전 풀백진인 멘디와 카르바할은 흔히들 말하는 공격형 풀백으로 오버래핑 시 상대 진영에서의 수적 우위와 공격 시퀀스에서 영향을 미치는 선수들이지만 두 풀백 모두 이 역할을 수행할 기본 어빌리티가 상실된 상태다. 그리고 최근 엘클라시코에선 이러한 풀백의 중요성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1-1. 다니 카르바할 (Daniel Carvajal)


기본적으로 유럽 무대를 제패했던 카르바할의 장점은 공격력 대비 수비력이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즉 공-수 밸런스가 무결점에 가까웠으며 탑급의 대인 수비를 바탕으로 한 깔끔한 태클 능력은 가히 웬만한 센터백 못지않은 기량을 펼쳤었다.

그렇게 호평받던 수비력 부분에서 실수가 많아진 카르바할이 결승전 대참사의 주범으로 전락되었다.

첫 번째 실점 장면


레반도프스키의 제스처를 확인하고 가비의 침투를 저지해야 했지만 스프린트 판단이 매우 늦었다.
똑같이 실점을 했더라도 최소한 밀리탕이 수적 열세를 맞이하기 전 미리 자리를 잡아 가비의 슈팅 각도를 줄이는 수비 태세는 갖춰졌어야 했다.

두 번째 실점 장면


포지셔닝이 겹치는 가비(LWF) 방어가 1순위인 카르바할이지만 도전적인 태클로 인해 수적 열세-실점을 초래했다. 기본적으로 레알의 수비라인이 높아 배후 침투의 리스크는 어쩔 수 없지만, 2명이 동시에 도박적인 부분을 감행했다면 더용의 킬 패스는 반드시 끊어냈어야 했다. 더불어 카르바할의 마크맨인 가비에 인한 실점 형태가 나왔기에 이 부분에선 지분의 6할이 카르바할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추가적으로 우측면에서 저러한 도전적인 수비를 성공하지 못할수록 발베르데가 공을 운반해 전진하는 기점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기에 레알 입장에선 강력한 공격 루트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점 시퀀스에 있어 판단력 부분에서 저하를 보였으며, 그전부터 노쇠화와 잦은 부상으로 신체능력이 떨어진 선수임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인 수비수에 있어 판단력 부분의 저하는 선수의 클래스가 많이 내려왔다는 방증인 것이다.

전반 2실점에 모두 관여된 카르바할은 대부분의 매체서 최하 평점을 기록했다.

 

1-2. 페를랑 멘디 (Ferland Mendy)


레알 마드리드 입성 후 수비력으로 주목받은 멘디는 사실 19-20시즌 당시 지단이 점찍은 이유는 공격력이었다. 마르셀로와 같이 스킬풀하진 않지만 단점인 투박함을 상쇄하는 순간속도는 직선적인 공격 루트를 제공했기에 영입 초 기대를 꽤 받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측면의 공간이 많지 않다면 직선적 움직임은 통찰되기 마련이었고, 이러한 장면에선 세밀함이 요구되었기에 멘디의 단점은 배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멘디를 거치지 않고 유효슈팅을 만들어 낸다.


멘디가 공격을 거치지 않을 때 레알의 공격 자원들은 더 유기적이고 질 좋은 움직임을 선보인다.

비니시우스, 호드리구, 세바요스와 벤제마는 모두 원터치 플레이에 능하며 볼 컨트롤과 움직임이 장점으로 나타나는 선수들이다. 다만 멘디 같은 경우 양발잡이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볼 컨트롤에 세밀함이 매우 떨어지기에 퍼스트 터치, 원터치 패스는 물론 2:1 월 패스에서 문제를 보인다.


때문에 상대가 밀집형의 수비 형태로 나올 때 공격찬스가 생산되면 측면보단 중앙 위주의 연계가 많아지는데, 멘디가 이러한 장면들에 있어 측면 수비수를 끌어들이지 못한 채 상대 진영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공-수에서 모두 손해를 봤던 경기들이 꽤 많아졌다.

다시 말하지만 현대 축구에 있어 풀백의 가치는 굉장히 높아졌으며, 이는 수많은 풀백들이 왜 레알 마드리드와 연결되는가에 대해 해답이 되었을 것이다.

 

2. 시스템과 시퀀스의 상관관계

 

안첼로티의 레알 마드리드는 지단과 다르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어느정도 볼 소유권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전술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안첼로티는 정 반대의 유기적이고 윗선으로 갈수록 굉장히 프리한 공격 형태를 제공케 했다. 하지만 안첼로티 스타일은 그가 원하는 대로 100% 녹아들진 않았다. 오히려 그의 스타일은 모순 되는 경향이 있다.

경기는 대부분 빠른 템포로 이어가는 단기 시퀀스별 공격 찬스가 하이라이트의 대부분을 장식한다. 오픈된 공간으로 인해 공격이 많고 이로 인해 수비로 복귀할 때와 이후 라인의 정렬로 수비 시퀀스에서의 소모되는 체력으로 인해 현재의 중원 선수진 대부분이 소극적인 수비가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팀의 주전 양 측면엔 비니시우스나 호드리구와 같은 과감한 드리블러들이 있기에 이런 장면이 지속적으로 생산될 것이다.

22-23 라리가 드리블 시도 횟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최다) - 'AS'


앞서 말한 안첼로티의 스타일로 인해 레알은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자유도가 높아 최전방과 최후방까지의 전체적인 선수들의 종적인 간격이 너무 벌어져 있고, 결과적으로 공을 잃었을 때 한 명의 선수가 공을 잃자마자 곧바로 상대 공격의 템포를 낮추기 위해 시행해야 하는 공격진의 수비 커버 범위와 빈도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체력이 뒷받침될 수 없을 땐 경기가 막바지로 향할수록 선수들의 간격과 짧은 패스의 수가 전반전과 반비례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벤제마, 크로스, 모드리치와 같은 30대의 베테랑 코어 라인의 선수진들이 후반 라인업에 많을수록 더 자주 나타날 것며 노장들의 체력적 부담은 차후 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벤치에 키가 있을 수도 있다. 카마빙가는 파울성이 잦지만 빠른 발을 바탕으로 1대1 수비에 겁먹지 않는다. 특히 그의 포지션은 크로스의 빌드업 기점 지역과 겹치기에 수비 전환에 있어서는 물론 역습 상황시엔 거리를 두어 또 다시 내려가야 하는 크로스의 느린 발, 체력 모두 어느정도 보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바요스 같은 경우 볼줄기와 왕성한 활동량. 이 두가지 무기를 모두 갖고 있는 보급형 발베르데 느낌을 내줄 수 있다. 물론 그의 슈팅과 공격력엔 비견 될 수 없지만 허슬러란 별명에 손색이 없는 공-수 가담은 경기의 후반전 중심축이 되기에 충분하다. 결국엔 미드필더진이 지금보다 공-수간의 거리를 상황별로 더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개선될 것이다. 과르디올라의 맨시티 선수진들은 경기장 가운데를 확인하지 않는다. 측면에서의 스위칭 플레이라도 종, 횡을 가리지 않는 전환과 전진은 해당 선수를 기점으로 한 간격 유지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좋은 압박과 정렬은 간격 유지에서 나타난다.

 

3. 경기 초반


가장 원초적인 부분이다. 경기 초반 5분 이내에 기세를 가져가는 것이 승기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분명 저번 시즌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보였기에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초반 집중력 부재는 라인을 올리는 레알 입장에서 빌드업의 기점이 변형되고 끊기게 되는 악순환의 원흉이 되기 충분하다.

월드컵 브레이크 직전부터 현재까지 경기력이 좋지 않았거나 승리하지 못한 경기들의 공통점은 초반 5분 내에 선제 실점 혹은 최소한 선 제슈팅을 내줬다는 것이다.

라 리가 13R vs라요 바예카노 - 전반 4분 선제 득점 허용 (2-3 패)
라 리가 16R vs비야레알 - 전반 26초 선제 슈팅 허용 (1-2 패)
수페르코파 결승 vs바르셀로나 - 전반 5분 위험 지역 파울 (1-3 패)
코파 델 레이 16강 vs비야레알 - 전반 3분 선제 득점 허용 (3-2 승)

경기 초반 코파 델 레이 16강 비야레알전 3분 만에 실점한 장면이다. 어설픈 수비 방식은 수비로 치부할 수 없다.

 

박스 안 3명 중 아무도 카푸에게로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


카푸에가 스프린트를 끊고 크로스를 제친 후 트래핑을 하는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음에도 단 한 명의 선수도 침투 경로를 차단하지 않았다.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라도 패싱이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어도 위협적인 쇄도는 1차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맞았다. 또한 모두 지역을 전담할 필요는 없었다. 카마빙가 혹은 발베르데 중 1명만 압박이 있었다면 밀리탕, 나초, 호드리구로 인해 박스 안 수적 우위를 가져가기 충분했다.

레알은 경기 초반 측면에서 대인 방어를 가져가면 여러명의 선수들이 지역방어를 통해 기다리는 수비를 하곤 하지만, 위와 같이 1차 압박이 늦는다면 같은 지역에 있는 선수들의 포지셔닝도 무용지물이 되기에 지역 방어를 하되, 동시에 리스크를 감수하는 초반 집중력 부재는 라인을 올리는 레알 입장에선 전후반 내내 순환이 끊기게 되는 악순환으로 다 올 수 있다. 지속적인 제스처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경기 중 확실한 전담을 설정하는 것이 흐름을 바꾸는 키 포인트가 될 것이다.

 

'@frenkiedejong'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부진기가 리그 레이스에 영향이 크진 않다는 것이다. 컵대회의 영향을 돌아오는 리그 경기들에서 끊어 연승 행진을 노리는 것이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축구에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는 상관관계와 같다. 한 명은 지키기 위해서, 또 한 명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 약해져보면 강해지는 법도 안다. 필자는 아마 그것도 그들의 노하우일 것이라 생각한다.

"축구를 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쉽게 축구하는 것은 가장 어렵다." - 요한 크루이프 (Johan Cruyff)